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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퇴계서예축전 출품작

금석 로석 옛돌 2025. 4. 26. 05:58

퇴계시 화도음주20수 중 11수
東方有一士
夙志慕斯道
舂糧欲往從
守隅今向老
孰能諭迷塗
人皆惡衰槁
蹙蹙顧四方
不見同所好
空知五車書
終勝萬金寶
至哉天下樂
從來不在表

이 시는 퇴계 이황 선생이 젊은 시절 성리학의 도를 배우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늙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주변에는 진리를 함께 추구할 동지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세속적인 쇠퇴만을 싫어한다. 비록 많은 책을 읽었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귀영화가 아니라 내면의 깨달음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는 학문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세상의 덧없음을 통찰하는 퇴계 선생의 깊은 사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문 및 뜻풀이】
東方有一士
동쪽 땅에 한 선비가 있으니
夙志慕斯道
어릴 적부터 도(道)를 사모해 뜻을 두었네
舂糧欲往從
밥 짓는 나락을 싸들고 스승을 찾아가고자 했으나
守隅今向老
세월 흐르고 흐르다 보니, 한구석에 묻혀 늙어가네
孰能諭迷塗
누가 나의 길 잃은 방황을 일깨워줄 것인가
人皆惡衰槁
사람들은 늙고 초췌해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蹙蹙顧四方
나는 초조하게 사방을 둘러보아도
不見同所好
마음 맞는 벗을 찾을 수 없구나
空知五車書
수레 다섯 대 가득한 책을 읽었어도
終勝萬金寶
결국은 만금의 보물보다 더 귀한 것일세
至哉天下樂
참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란
從來不在表
본래 겉에 드러나는 것이 아니니라

동녘 고을에 한 선비가 있으니,
어릴 적부터 참된 도(道)를 사모해 살았네.
낡은 보자기에 밥 지을 곡식 싸들고,
스승을 찾아 길을 떠나려 했건만,
세월 흐르니 그저 한구석에 늙어가네.

누가 나의 방황을 일깨워줄까.
세상 사람들은 늙음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조바심 속에 사방을 둘러봐도
마음 맞는 지기 하나 찾지 못하네.

비록 수레 다섯 대 가득한 책을 읽었지만,
결국은 그 지식이 만금의 보화보다 값지다.
참된 기쁨은 저 세상 끝까지 찾아도,
결코 겉으로 드러나는 법이 아니더라.

2025년 4월20일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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