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학습자료

백광홍님의 관서별곡 뜻풀이

금석 로석 옛돌 2021. 6. 24. 20:54

 

조선 명종 때 문인 기봉 백광홍이 지은 가사(歌辭). 우리 나라 기행가사의 효시. 그의 아우인 옥봉(玉峰) 백광훈(白光勳)이 지었다는 설도 있다.

 

작자가 평안도 평사(評事)를 사직하고 돌아와 국문으로 쓴 것으로 관서지방의 뛰어난 경관을 읊고 있다. <기성별곡(箕城別曲)>과 <향산별곡(香山別曲)>을 아울러서 <관서별곡>이라 하며, 작자의 문집인 <기봉집(岐峰集)>에 실려 전한다.

 

<기성별곡>은 평양(平壤)의 역사ㆍ인물ㆍ승경(勝景) 등을 노래한 것으로, 모두 205 구(句)에 달하고, 형식은 3ㆍ4조의 정형(定型)으로 되어 있으며, <향산별곡>은 묘향산의 경치를 읊은 것으로, 모두 330 구(句)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 25년 뒤에 정철은 체재와 수사를 모방하여 <관동별곡(關東別曲)>을 지었다.

 

 

 

【작품 감상】

 

관서 명승지에 왕명으로 보내시매

 

행장을 다스리니 칼 하나뿐이로다.

 

연조문 내달려 모화고개 넘어드니,

 

귀심이 빠르거니 고향을 생각하랴?

 

벽제에 말 갈아 임진에 배 건너

 

천수원 돌아드니 송경은 고국이라,

 

형극이 우거졌다.

 

산일이 반사커늘

 

귀편을 다시 뽑아 구현을 넘어드니,

 

생강관 기슭에 버들마저 푸르렀다.

 

감송정 돌아들어 대동강 바라보니,

 

십리파광과 만중 연류는 상하에 어리었다.

 

봄바람이 야단스레 화산을 비껴 부니

 

녹의홍상 비껴 앉아,

 

섬섬 옥수로 녹기금 이어 타며,

 

호치 단순으로 채련곡 부르니,

 

태을 진인이 연엽주 타고 옥하수로 내리는 듯

 

설마 왕사 미고한들 풍경에 어찌하리?

 

연광정 돌아들어 부벽루에 올라가니,

 

능라도 방초와 금수산 연화는 봄빛을 자랑한다.

 

천년 기양에 태평 문물은 어제인 듯 하다마는

 

풍월루에 꿈 깨어 칠성문 돌아드니,

 

세태마 홍의에 객흥이 어떠한가?

 

누대도 많이 있고 산수도 많건마는,

 

백상루에 올라앉아 청천강 바라보니,

 

삼차 형세는 장함도 끝이 없다.

 

하물며 결승정 내려와 철웅성 돌아드니,

 

연운 분첩은 백리에 펼쳐있고,

 

천설 중강은 사면에 비꼈구나.

 

사방 거진과 일국 웅관이 팔도의 위도로다.

 

이원에 꽃 피고 두견화 남았을 때

 

영중이 무사커늘 산수를 보려고

 

약산 동대에 술을 싣고 올라가니,

 

안저 운천이 일방에 끝없도다.

 

백두산 내린 물이 향로봉 감돌아

 

천리를 비껴 흘러 대 앞으로 지나가니,

 

반회 굴곡하여 노룡이 꼬리치고 해문으로 드는 듯

 

형승도 끝이 없다, 풍경인들 아니 볼까?

 

작약 선아와 선연 옥빈이

 

운금 단장하고 좌우에 벌여 있어

 

거문고 가야고 봉생 용관을

 

불리거니 잇게커니 하는 양은

 

주목왕 요대상에 서왕모 만나 백운곡 부르는 듯

 

서산에 해 지고 도령(동녘)에 달 오르고,

 

녹빈 운환이 반함 교태하고,

 

잔 받드는 양은 낙포 선녀

 

양대에 내려와 초왕을 놀래는 듯

 

이 경도 좋거니와 원려인들 잊겠는가?

 

감당 소백과 명장 세류가

 

일시에 동행하여 강변으로 순하하니,

 

황황 옥절과 언건 용기는

 

장천을 비껴지나 벽산을 떨쳐간다.

 

도남을 넘어들어 배고개 올라 앉아

 

설한재 뒤에 두고 쟁백산 굽어 보니,

 

중강 복관은 갈수록 어렵구나.

 

백이 중관과 천리 검각도 이렇듯 하였던가?

 

팔만 비휴는 계도 전행하고,

 

삼천 철기는 옹후 분등하니,

 

호인 부락이 망풍 투항하여

 

백두산 내린 물에 일진도 없도다.

 

장강이 천참인들 지리로 홀로 하며,

 

사마 정강한들 인화 없이 할 수 있나?

 

시평 무사함도 성인의 교화로다.

 

소화도 쉽게 가고 산수도 한가할 때 아니 놀고 어이하랴?

 

수항정에 배 꾸며 압록강 저어 내려

 

연강 열진은 창기 편 듯 하였거늘,

 

호지 산천을 역력히 지내보니,

 

황성은 언제 쌓여 황제묘는 뉘 묘인가?

 

감고 흥회하여 잔 다시 부어라.

 

비파관 내리 저어 파저강 건너가니,

 

층암 절벽 보기도 좋도다.

 

구룡소에 배 매고 통군정에 올라가니,

 

제향이 어디인가? 봉황성 가깝구나.

 

귀서할 이 있으면 호음이나 보내곺다.

 

천배에 대취하여 무수를 떨치니,

 

박모 한천에 고적성이 시끄럽다.

 

천고 지형하고 홍진 비래하니, 이 땅이 어디인가?

 

사친 객루는 절로 흘러 알 수 없네.

 

서변을 다 보고 반패 환영하니,

 

장부 흉금이 조금은 나아지리라.

 

설마 화표주 천년 학인들 나 같은 이 또 보았는가?

 

어느 때 형승을 기록하여 구중천에 아뢸까?

 

미구 상달 천문 하리라.

 

 

<어휘 풀이>

귀심 :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여기서는 임지로 가고 싶은 마음

벽제 : 벽제역

송경 : 송도. 지금의 개성

형극 : 가시덤불

귀편 : 부임해야 할 곳으로 빨리 가려는 채찍

생양관 : 생양역에 있던 공관

감송정 : 재송정, 재송원의 잘못

십리파광 : 널리 펼쳐진 강물결

만중연류 : 안개 사이로 버드나무 가지가 겹겹이 쌓인 모습

화선 : 그림 같은 배

녹의홍상 : 푸른 저고리와 붉은 치마로 단장한 젊은 기녀

호치단순 : 희고 깨끗한 이와 연지를 바른 여자의 입술

채련곡 : 연 따는 노래

태을진인 : 하늘에 있는 신선

왕사미고 : 임금을 위해 하는 나랏일을 소홀히 아니함.

세마태 : 작은 말의 짐바리

삼차 형세 : 세갈래로 된 산의 생김새

분첩 : 석회를 바른 성

녹빈운환 : 검은 머리의 아름답고 젊은 여자의 얼굴

반함 : 반쯤 머금음

천설중강 : 하늘이 만들어 놓은 겹친 산등성이

안저운천 : 눈 아래 펼쳐진 구름 낀 하늘

반회굴곡 : 빙 돌아 깎이고 굽음

해문 : 육지 사이에 있는 바다의 통로

작약 : 몸이 가냘프고 맵시 있음

선연 : 몸맵시가 날씬하고 아름다움

옥빈 : 백옥 같이 흰 머리카락

운금 : 선녀가 짠 비단

주목왕 요대 : 주나라 목왕이 축조하여 미녀들과 놀던 곳

양대 : 남녀가 밀회하는 장소

감당 소백 : 감당나무 밑에서 쉬었다는 주소공

세류장군 : 한의 주아부. 군기를 엄히 다스림

순하 : 돌아 내려감

황황 : 번쩍번쩍하고 빛남

옥절 : 옥으로 만든 부절

언건 : 높이 솟아 있음

용기 : 장군의 기

배고개 : 고개명. 배달고개인 듯.

중강복관 : 거듭되는 산등성이와 겹겹의 관문

검각 : 장안(평양, 현 쿠차)에서 촉(힌두쿠시)으로 가는 길인 대검과 소검 두 산의 요충지

비휴 : 호랑이와 비슷한 맹수의 이름

계도 : 길을 훤히 뚫음

옹후 : 뒤에서 옹위함

분등 : 갑자기 뛰어오름

망풍 : 수준 높은 우리 문화를 바란다는 말

천참 : 천연적으로 된 요충지

사마정강 : 군사와 병마가 아주 강함

소화 : 젊은 때

연강열진 : 강에 잇달아 나열된 진

감고 흥회 : 옛날을 생각하니, 감회가 일어남

파저강 : 탈라스강

대황 : 높은 집과 해자

침이하지교 : 오랑캐와 중국과의 교류를 가로막음

귀서 : 서쪽으로 돌아감

호음 : 좋은 소식

무수 : 옷소매를 춤추듯이 휘저음

박모한천 : 해질녘의 차가운 날씨

고적성 : 북과 피리 소리

천고지형 : 하늘은 높고 땅은 끝없이 펼쳐져 있음

사친객루 : 부모생각에 흘리는 나그네의 눈물

반패환영 : 깃발을 되돌리고 감영으로 돌아옴

화표주 : 분묘 입구에 세워져 있는 돌기둥

미구 : 머지않아

상달 : 웃어른에게 말이나 글로 여쭈어 알게 함

천문 : 대궐문의 경칭

 

 

 

아래에 가사에 나오는 지명만 열거하고, 확인 가능한 지명만 옆에 설명했읍니다.

 

연조문 모화고개 - 한양 트루판

벽제 임진강

송경 고국 - 송도 카라샤르

감송정 대동강

연광정 부벽루

능라도 금수양 - 평양 쿠차

백상루 청천강

약산 동대

백두산 향로봉 - 해주 바이츠엉(여산 즉 수양산이 한텡그리산 즉 백두산, 향로봉은 여산폭포의 향로봉, 묘향산)

도남 배고개 - 배달고개

설한재 장백산

중강 복관

백이 중관

천리 검각

백두산 내린 물 (- 파미르 서쪽으로)

수항정 압록강 - 시르다리아

연강 열진

비파관 파저강 - 탈라스하(최두환칼럼 173호 파저강 조 참조)

구룡소 통군정 - 페르가나 계곡의 시르다리아 강 상류의 한 군사요지

봉황성

 

 

 

- 이 지명 대로라면, 관서별곡의 로정은 동방견문록 로정과 대당서역기 로정과 일치한다.

관서별곡이란 제목으로 보면, 파미르를 넘어서 서쪽으로 갔다 온 유람록이라는 말이고, 이때의 관서란 파미르의 서쪽을 의미한다. 참고로 정철의 관동별곡은 파미르의 동쪽을 의미한다고 짐작할 수 있다.

 

향산유람가는 위 본문의 평양과 해주를 다루고 있는데, 향산은 본문에 나오는 지명인 향로봉이다. 향로봉은 이백의 망여산폭포에 나오는 그 유명한 여산폭포가 있는 향로봉이다. 혹은 향산록이란 제목으로도 나온다.(향산록에서는 서산대사의 묘향산으로 나온다)

 

참고로 한헌석칼럼 11호의 대당서역기와 동방견문록의 지도를 참고하면, 명료히 보일 것이다.

 

 

 

- 한헌석칼럼 34호의 수양산 조에서 인용 ‘이백의 望五老峰 / 廬山東南五老峰: 여산 동남쪽의 오로봉이여 靑天削出金芙蓉: 푸른 하늘에 금색 연꽃이 불쑥 솟아 있구나 ’ ‘그 중간에 한텡그리산에서 70킬로쯤 동으로 오다가 남으로 뻗은 큰 설산의 산괴가 바로 오로봉이다. 그 오로봉의 동남방에 바이츠엉이 있다.’ 이 오로봉의 하나가 향로봉이다 . 위에서 나왔던 향산록에서는 향산을 묘향산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백 두 산 이 동 으 로 흘 러 묘 향 산 이 되 었 다’는 묘 향 산 이 오 로 봉(향 로 봉)이 고, 이 ‘백 두 산’은 여 산, 수 양 산, 밝 달 산, 한 텡 그 리 산 이 다.

 

 

1, 관서 명승지에 왕명으로 보내시매 행장을 다스리니 칼 하나뿐이로다.

- 이 관서별곡의 저자는 유람을 하는 여행객이 아니라, 왕명으로 관서지방을 지키는 무관으로서 평사직을 몇 년 봉직하고 돌아와서 지은 가사다. 즉 관서 즉 파미르 이서의 평안도 지방을 몇 년간 근무하면서 둘러보았던 것을 노래했던 것이지, 지금 윗 가사의 본문에서와 같이 관서지방으로 가는 여정을 노래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관서지방의 본문을 삭제하고, 관서지방으로 가는 노래인 것처럼 축소 조작을 했던 것 같다.

 

2, 천년 기양에 태평 문물은 어제인 듯 하다마는 풍월루에 꿈 깨어 칠성문 돌아드니,

세태마 홍의에 객흥이 어떠한가? 누대도 많이 있고 산수도 많건마는,

백상루에 올라앉아 청천강 바라보니, 삼차 형세는 장함도 끝이 없다.

하물며 결승정 내려와 철웅성 돌아드니, 연운 분첩은 백리에 펼쳐있고,

천설 중강은 사면에 비꼈구나. 사방 거진과 일국 웅관이 팔도의 위도로다.

 

- 평양을 천년 기양이라고 한다. 기성과 평양을 합해서 기양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우리가 배운 역사에서 천년 고도는 경주라고 배워왔는데, 여기서는 천년 기양이라고 했다. 실제 조선사의 비밀이 얼핏 드러난다. 실제 조선사의 반만년의 중심이 바로 평양 장안이고, 현 쿠차였던 것이다.

 

평양에서 해주로 가는 길목에 철웅성과 백리의 연운분첩과 천설중강과 사방거진과 일국 웅관(이 팔도의 威都로다)등의 묘사는 여기가 철웅성의 요새지임을 증명한다. 반만년의 위엄을 자랑하는 수도의 웅자였던 것이다. 천하의 칭키스칸도 여기는 피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 약산 동대에 술을 싣고 올라가니 안저 운천이 일방에 끝없도다.

백두산 내린 물이 향로봉 감돌아 천리를 비껴 흘러 대 앞으로 지나가니,

 

- 평양(쿠차)에서 해주(바이츠엉) 가는 길목에 영변의 약산이 있는 모양이다. 거기에 동대(東臺)가 있어서(아마도 해주와 묘향산과 백두산의 동쪽에 있으니 이름이 동대가 되었으리라), 그 대 위에서 바라다보면, 저 멀리 한텡그리산(백두산)이 보이고, 그 앞쪽에 오로봉(향로봉, 묘향산)이 보이고, 그 백두산에서 연원한 청천강이 향로봉을 감돌아 해주를 지나오는데, 천리나 흘러와서 그 대 앞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4, 주목왕 요대상에 서왕모 만나 백운곡 부르는 듯

 

- 여기가 주목왕의 무대가 되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주나라의 호경이 평양(현 쿠차)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주목왕이 서왕모를 만나는 로맨틱한 사건이 바로 여기 바이츠엉(해주)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평양 쿠차에서 봤을 때, 묘향산은 서산이 되고, 해주(바이츠엉)는 서국이 되어서 묘향산에 주석하고 있는 휴정대사는 서산대사가 되는 것이고, 그 서국의 왕의 모친은 서왕모가 되는 것이다. 이 소박한 서왕모를 저 멀고도 험한 곤륜산으로 내몰아 넣고 마치 신비한 여신선의 신화의 주인공으로 변모시켜 놓은 것일 뿐이다. 관서별곡은 서왕모와 주목왕의 로맨스의 무대가 해주(현 바이츠엉)임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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